Insights

중국인 형사사건 잘 하는 로펌의 접견보고서를 읽어본 가족의 반응

법무법인(유한) 민·

수사 종결과 재판 시작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가족의 위임을 받아 평택지소에 수용 중인 중국인 피의자를 접견하고 왔습니다. 한국 변호사와 중국 변호사 두 명이 함께 다녀왔습니다. 이번 접견은 시점이 특히 중요했습니다. 전날 검찰 조사를 받았고, 접견 당일 사건이 법원에 기소되었습니다. 수사가 끝나고 재판이 시작되는 지점에 정확히 들어간 접견이었던 것입니다. 목적은 네 가지였습니다. 본인의 신체와 정신 상태를 확인하고, 사실관계를 전면 재확인하고, 한국의 형사절차를 설명하고, 앞으로의 변호 방침을 확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어 32페이지 보고서입니다

이 접견의 결과물은 중국어로 작성된 32페이지 접견보고서입니다. “만나고 왔습니다” 수준의 보고가 아닙니다. 안에 무엇이 담기는지 항목별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사실관계의 재구성입니다. 어떤 경위로 이 일에 연결되었는지, 실제로 며칠을 일했는지, 받은 돈은 얼마인지까지 본인과 함께 하나씩 역산해 확정했습니다. 기억에 의존한 진술은 재판에서 흔들리기 때문에, 접견 단계에서 숫자와 날짜를 못 박아두는 작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둘째, 절차의 시계열 정리입니다. 체포부터 석방, 재체포, 영장실질심사, 구치소 이송까지 각 단계가 한국 형사소송법상 어떤 의미인지를 중국에 있는 가족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 썼습니다.

셋째, 불리한 사실도 그대로 적습니다. 이번 사건에도 당사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정황들이 있었는데, 숨기지 않고 그것이 왜 불리한지, 어떻게 대응할지까지 함께 기재했습니다.

넷째, 변호 전략의 확정입니다. 무엇을 인정하고 무엇을 다툴 것인지, 그 구분이 왜 형량을 가르는지를 비유까지 들어 설명했습니다.

다섯째, 양형 요소를 여덟 개 항목으로 나눈 실행 계획입니다. 합의와 공탁, 반성문과 탄원서, 변호인의견서, 공판 변론, 추가 조사 입회, 초기 진술 문제의 처리, 서신 연락까지 각각 누가 언제 무엇을 할지 적었습니다.

여섯째, 구치소 생활 안내입니다. 보관금은 어디에 쓰는지, 서신은 어떻게 주고받는지, 그리고 돈을 주고 반성문을 대필받는 일은 절대 하지 말라는 경고까지 담았습니다.

정서 케어도 접견의 일부입니다

이번 접견에서 당사자는 처음에 상태가 좋지 않았습니다. 말문이 잘 열리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가족의 채팅 기록을 보여드리자 서서히 안정을 찾았고, 그때부터 진술이 열렸습니다. 접견 말미에는 가족에게 보낼 말을 자필로 적어주셨는데, 쓰면서 우셨습니다. 저희는 그 메모를 사진으로 찍어 보고서에 첨부했습니다. 구속된 사람에게 바깥의 목소리는 법률 조언만큼 중요하고, 밖의 가족에게도 안의 필체 한 줄이 그 어떤 설명보다 큰 위로가 됩니다.

가족의 반응, 불안이 질문으로 바뀌었습니다

보고서를 보내드린 직후 가족에게서 메시지가 왔습니다. 보고서를 다 읽고 가족들이 다 같이 울었다고, 변호사를 선임해서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하고 싶다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우리 가족은 어떻게 협조하면 되는지, 내일 보관금을 넣으러 가는데 얼마를 넣으면 되는지 물어오셨습니다. 저희가 주목한 것은 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는 점입니다. 그 전까지 가족은 한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습니다. 보고서 하나로 사건의 현재 위치와 남은 절차, 그리고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정리되었고, 바로 다음 날 행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저희가 보고서를 이렇게까지 쓰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중국인이 한국에서 체포되면 왜 저희에게 맡겨야 하는가

첫째, 초기 진술이 사건의 전부입니다. 겁이 나서 초기에 한 진술은 이미 기록에 남았고 지금은 되돌릴 수 없어 재판에서 만회해야 합니다. 변호인이 초기에 들어갔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손실입니다.

둘째, 시간 싸움입니다. 긴급체포에서 영장 청구까지, 구속에서 기소까지, 기소에서 첫 공판까지 각 구간이 짧습니다. 특히 자백 사건은 공판이 한 번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마쳐야 합니다.

셋째, 문제는 언어가 아니라 법 개념입니다. 미필적 고의, 미수, 현행범체포와 긴급체포의 차이, 공탁 같은 것들은 단어를 옮긴다고 전달되지 않습니다. 중국 법률가가 중국법 개념과 대비해 설명해야 본인이 이해하고, 이해해야 법정에서 일관되게 말합니다.

넷째, 가족이 중국에 있습니다. 한국에 올 수도, 구치소에 갈 수도 없는 가족에게 보고서는 유일한 창구입니다. 이 창구가 부실하면 가족은 결국 브로커에게 갑니다.

다섯째, 브로커와 대필업자를 걸러냅니다. 이번 접견에서 구치소 안에 돈을 받고 반성문을 대필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판사는 대필을 알아봅니다. 근거 없는 형량 약속, 대필 반성문, “아는 사람을 통해서” 같은 방식은 전부 역효과입니다.

여섯째, 저희는 결과를 약속하지 않습니다. 이번 접견에서도 “몇 년 나오느냐”는 질문에 예측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양형에 영향을 주는 변수를 전부 열거하고, 그 하나하나를 어떻게 관리할지 설명했습니다. 결과를 장담하는 곳보다, 관리할 변수를 알려주는 곳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막막하시다면 접견부터

가족이 한국에서 체포되어 아무것도 알 수 없는 상태로 계신 분들께 말씀드립니다. 선임을 결정하기 전에 저희 접견부터 이용해 보십시오. 접견보고서를 읽고 나서 판단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보고서 한 부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조차 몰라 잠 못 이루는 시간을 끝내드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