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전부터 연락이 안 됩니다"
오늘도 형사접견을 신청해주신 분이 계셨습니다. 중국에 계신 분인데, 한국에 있는 가족이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었다고 했습니다. 연락이 끊긴 시점을 여쭤보니 보름 전이었습니다. 저희는 만약 체포되었다면 지금은 구치소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런데 가족들은 어느 구치소인지 알 수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계셨습니다. 저희가 당사자의 이름으로 수감 장소를 확인해 알려드리자 그제야 한숨을 돌리셨습니다. 이런 상황이 생각보다 흔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저희 형사접견 서비스가 어떤 순서로, 어디까지 진행되는지 처음부터 끝까지 알려드리겠습니다.
1단계: 위챗 단톡방 개설과 가족 인터뷰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위챗 단톡방을 만드는 것입니다. 여기에 가족들과 저희 팀원들이 함께 들어옵니다. 이후의 모든 소통이 이 방에서 실시간으로 이루어집니다. 접견을 신청한 뒤 확정된 접견 시간을 가족에게 알려드리고, 접견 전에 가족들과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당사자의 성장 배경, 가족 관계, 한국에 오게 된 경위, 그리고 가족들이 알고 있는 사건 관련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서입니다. 아무 정보 없이 접견실에 들어가는 것과, 당사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들어가는 것은 대화의 깊이가 완전히 다릅니다.
2단계: 가족의 말과 책을 들고 갑니다
접견을 출발하기 전, 가족들이 당사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단톡방에 글이나 음성 메시지로 남겨달라고 요청드립니다. 그 내용을 캡처해서 접견실에 가져갑니다. 구속된 사람에게 가족의 편지는 어떤 법률 조언보다 큰 힘이 됩니다. 그리고 저희는 접견 가는 날 가급적 사무실에 있는 중국어 책 다섯 권을 골라 가져가서 당사자에게 넣어드립니다. 구치소 생활에서 읽을거리는 정말 절실한 물건입니다. 하루가 무한히 길어지는 그곳에서 모국어로 된 책 몇 권이 어떤 의미인지, 구치소 생활을 해본 사람은 압니다.
3단계: 접견실에서 하는 일
접견에서는 사건의 사실관계만 확인하고 나오지 않습니다. 한국 법을 전혀 모르는 당사자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절차를 자세히 설명해 드립니다. 지금 어느 단계에 있는지, 앞으로 어떤 절차가 이어지는지, 각 단계마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고 무엇을 주의해야 하는지를 하나씩 짚어드립니다. 그리고 당사자의 입장을 확인한 뒤, 그 선택이 정확하고 객관적인지 분석해 드립니다. 두려움 때문에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당사자가 정확한 대응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변호인의 역할입니다. 여기에 더해 구치소 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문제들, 즉 다른 수용자와의 관계에서 조심해야 할 점들까지 알려드리고, 심리적으로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충분히 이야기를 나눈 후 접견을 마칩니다.
4단계: 상세한 접견보고서
접견이 끝나면 가족들에게 접견보고서를 서면으로 작성해 드립니다. 접견에서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 상세하게 담고, 사건 상황에 대한 변호사의 의견과 판단도 함께 적습니다. 좋은 이야기만 골라 쓰지 않습니다. 상황이 무거우면 무겁다고, 지금 단계에서 결과를 단정할 수 없으면 없다고 그대로 씁니다. 가족이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정확한 현실 위에서 다음을 결정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어느 접견보고서는 35페이지에 달했는데, 분량 자랑이 아니라 당사자의 말을 흘려듣지 않았다는 기록입니다.
5단계: 그다음, 선임하지 않으셔도 계속 도와드립니다.
접견 후 가족들이 변호사를 정식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하시면, 이미 지불한 접견비를 공제하고 나머지 비용만 내시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임하지 않기로 결정하셔도 서비스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사건이 1심 판결로 마무리될 때까지 가족과 당사자에게 법률자문 서비스를 계속 제공해 드립니다. 당사자와는 서신으로 소통하기 때문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더라도 사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점이 무엇인지 계속 성실하게 답변해 드립니다. 접견 한 번의 비용으로 1심까지의 동행이 시작되는 셈입니다.
접견부터 시작해 보세요
요즘 한국에서 체포되거나 구속된 중국인 가족을 둔 분들이 저희에게 접견을 많이 맡겨주십니다. 이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봐 주신 덕분입니다. 저희가 늘 말씀드리는 것은 하나입니다. 거액의 선임 계약을 서두르기 전에, 먼저 접견을 한 번 보내주십시오. 접견보고서를 보고 나서 선임 여부를 결정하셔도 늦지 않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어느 구치소에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라면, 그 확인부터 저희가 도와드리겠습니다. 연락이 끊긴 채 발만 구르는 시간이 가장 아까운 시간입니다. 언제든 문의해 주시기 바랍니다.